꿀벌의 협업

2020. 5. 1. 11:152020

창덕궁 정원에 핀 모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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모란이 피던 날 

노인은 카메라에 눈 대고 가슴을 졸인다

 

늦잠 든 모란 눈시울을 

햇살이 비벼댄다 

방년 스무 살, 물오른 처녀 

입술이 붉디붉다 

볼 부푼 닷새의 황홀 

봄을 핑계삼아 

가슴에 불을 지핀다

 

카메라 든 노인이 

붉은 치마폭으로 걸어 들어간다 

꽃품에 든 노인이 보이지 않는다 

만발한 웃음소리 

봄볕이 기웃거린다 

꽃물을 자꾸 찍어낸다 

수십 번을 사진기에 들어갔던 모란은 

이제 제법 우아하게 포즈를 취한다 

꽃잎이 곧 진다는 걸 안다는 듯

 

시집 '비단향나무와 새와 시 -송연우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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